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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9월 20, 2024

오늘의 감정

가끔 이렇게 허무해진다. 외로운 건 아니다. 난 외롭다는 감정은 잘 모른다. 아마도 진솔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 대가일 것이다. 영영 오지 않을 순간을 고민하다가 끝내 사그라들었다. 요즘 끝없이 과장되어만 가는 미움의 편린에 조각조각 찔리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오판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 정리를 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아마 나는 나를 제일 위할 것이고 그렇기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말라 비틀어진 잠자리의 시체를 보았다. 분명 아침에 처음 목격했는데, 밤이 된 지금도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구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심한 듯 지나쳤으면서 끝내 잊지 못해 주절대고 있지 않은가.

요즘 제일 자주 하는 말은, ‘왜 이렇게 되었는가’. 글쎄. 왜 이렇게 됐지. 분명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나 혼자 고민한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없을 거다. 그렇게 설계됐다. 애초부터 미움은 그런 감정. 그렇지 않은가. 나도 하기 싫었다. 하기 싫다. 그냥 괴롭다.

미움은 꽃과도 같아서 한창을 피어오르다가 결국엔 시들어 버린다. 왜냐하면 지치거든. 지금도 너무 지치는데. 끝까지 끌고 갈 자신이 없는데. 그럼 안 미워하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건 또 어렵다. 매일을 괴로워하면서… 내려두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지옥 같은 여름이다.

그래도 오래 버텼다. 생각보다는. 이제는 조금만 찔러도 금세 터져나와 버릴 팽팽한 모양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동안 무척 힘들었다. 주변인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렇다는 얘기를 듣고 있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기엔 잃을 게 너무 많았다.

덥다. 덥고, 끈적거리고, 얼른 벗어나고 싶다. 똑같은 매일이 지겹고, 새로운 일은 영영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허무하고 공허하고 무엇에도 의미를 느끼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또 그런 거라고 합리화하면, 못 버틸 건 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뭘 해야 할까? 이 막연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몇 년을 노력했지만 여전히 답을 알아내진 못했다. 그냥 이러고 마는 건가?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게 사는 이유라는 말이 있다지. 아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걸맞은 답을 찾지 못해 하는 말일 거다.

그냥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요나
요나
출판 마케터ㆍ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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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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