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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에세이 #김초엽 #열림원 어떤 작가의 이야기이든 소설가의 에세이는 흥미롭다. <책과 우연들>은 젊은 SF 소설 작가로 유명한 김초엽의 첫 에세이다. 책이 가져다준 우연의 순간들을 진솔하게 담았다고 한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의 독서'라는 문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녀가 소설을 쓰는 이유,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나는 이 에세이집을 통해서 흥미로운 책 몇 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SF에 흥미와 관심이 없던 나였으나 김초엽의 소설을 읽으며 그 마음이 다소 변했는데, 그녀가 영감을 얻었다는 책을 읽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읽으면서 김초엽 작가 역시 나와 같은 한 명의 독자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래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양한 주제의 성찰과, 글쓰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예술가라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좀 더 예민하게 생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니🤣 p.160 나는 순수한 애정과 즐거움 대신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독자가 되었지만, 그래서 그게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투덜대고 있었지만, 혹시 이 불순한 독서가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잘못 탄 버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시의 낯선 장소로 나를 데려가주는 것처럼. 나는 이 책들에 실려 뜻밖의 세계로 자주 향한다. 의외와 우연의 영역들, 그것은 불순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처음엔 과학 논픽션 작가를 꿈꿨으나 어쩌다 보니 SF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신변잡기로 시작하여 결국에는 소설을 쓰는 과정과 소설가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말하고 있으며, SF의 매력에 대해서도 야무지게 표현하여 다시 한번 그 장르를 사고해 보는 것에 익히 도움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잔잔하니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p.234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김초엽 작가가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 계기와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진솔한 에세이집. 나는 이미 한 번의 꿈을 찾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인생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산문집이었다. 역시,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삶을 사는 사람의 인생을 훔쳐보는 것은 참 재밌는 일 같다😁

#크리스마스캐럴 #주원규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풀버전은 블로그 주원규의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올 12월에 개봉을 앞둔 따끈따끈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소감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쌍둥이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된 형 주일우의 이야기엔 한이 가득하다. 제목과 내용이 다분히 역설적이라 충격은 더 컸다. 심약하거나 폭력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기를 권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쌍둥이 동생 주월우를 가족으로 둔 주일우는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열심히 밖에서 일한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일이 도덕적으로, 인간적으로 불합리한 것일지라도. 자신을 망가뜨리는 일일지라도. 한없이 즐거워야만 할 어느 크리스마스 아침, 누군가에게 폭행당한 기색이 역력한 주월우의 시체가 아파트 물탱크에서 발견된다. 주일우는 이브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주월우와의 통화 너머 들려온 목소리를 토대로 범인들-일진 패거리-을 특정했으나 그들은 이미 소년원에 들어간 상태. 일부러 카페에서 폭력사태를 벌인 주일우는 패거리가 들어간 소년원에 입소하게 된다. 소년원에 마련된 질서는 허구에 불과했고 그들을 계도하기 위한 존재여야 할 어른들은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일 뿐이었다. 주일우는 오로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제 발로 들어온 지옥에서, 나름대로 촘촘하게 짜여있던 권력구조를 하나하나 파괴해가며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주일우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연 주일우는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그렇다고 한들 모든 것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씁쓸한 마음을 애써 졸여가며 읽어내리면, 어느새 충격적인 진실이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울려 퍼져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p.232 백색의 창백함이 점점 더 깊고 깊게 주일우의 의식을 내리덮었다. 창백한 백색의 깊이엔 칠흑 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다. 주일우는 그 어둠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수술실 앞을 지키고 선 사람들의 목소리, 메스 소리도 잦아들었다. 어둠 속에서 또다시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더듬거리는 주월우의 서툰 음색이 반주 없이 주일우의 귓가에 아득함으로 울려 퍼졌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흡인력 있는 문체는 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은데, 영화로서도 기대된다. 문장을 읽으면 바로바로 영상으로 그려진다는 점.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하게 적힌 부분도 꽤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한때 엄청나게 인기몰이 했던 드라마 <구해줘>(나도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 박진영이 호흡을 맞춘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의 원작 소설이다. 어차피 영화화가 된다면 원작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12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행복한 시간이 됐어야 할 크리스마스에 비극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 쌍둥이 형제의 잔인한 서사는 마냥 즐겁게 읽을 수만은 없었지만 훌륭한 여운을 남겼다. 인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맨 앞자리에서 바싹 직관한 느낌이었다.

#피아노치는할머니가될래 #이나가키에미코 #알에이치코리아 #RHK출판사 💖전체 리뷰는 블로그에서 유치원생 시절부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다. 그때는 피아노가 정말 싫었다. 같은 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는 점이 지루하고 힘들었다. 연습 표에 개수를 속여 체크하는 일이 허다했다. 주기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피아노 학원 배 정기 공연도 긴장되고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원을 그만두었을 때는 어찌나 좋았던지… 드디어 해방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런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가까운 곳에 성인 피아노 학원이 없나 알아보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배우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피아노이다.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씨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의 과정을 거쳤더라. 53세가 되자 다시금 피아노를 시작한 에미코 씨의 여정이 공감되고 흥미로웠다. 지겹기 짝이 없던 어린 시절의 피아노 경험을 뒤로 한 채, 중장년 취미로서 다시 만난 피아노는 그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p.14 목표가 없으면 좌절도 없다. 서두르지 않으면 포기할 일도 없다. 적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으니까. 그리고 아름다운 곡은 내 앞에 분명히 존재해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는다. 인생에는 이런 세계도 존재했던 것이다. 목표가 없어도, 어딘가를 향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무작정 노력하는 그 자체로 즐거운 세계가. 지인의 카페에 놓인 피아노로 손님이 없는 시간대를 틈타 연습하고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으며 연습해 나가는 과정이 유머러스한 문체로 적혀있다. 점점 노화하는 신체로 피아노를 친다는 것, 다소 힘든 일이지만 꼭 피아노 곡을 훌륭하게 잘 쳐낼 필요 없다는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이나가키 씨는 무거운 건반을 흥겹게 누른다. 무리해서 연습한 탓에 몸이 아프기도 하고 생각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생님의 따뜻한 칭찬 한마디와 주변 사람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며 느끼는 뿌듯함은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맛보고, 다양한 곡을 듣고 느끼며 에미코 씨는 연주에 있어 조그만 도전과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기도 하며 조그만 성취감의 맛을 깨달아 간다. 비록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손가락이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멋있다! 이 책은 어른의 성장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피아노라는 소재를 통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통찰해 가는 것, 그야말로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어른의 시선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이다. 꼭 피아노가 아니어도 좋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부한 색채를 띠게 되지 않을까. p.269 앞으로는 목표도 야망도 손에서 놓을 것이다. 그보다는 작은 한순간에 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걸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나 자신을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나에게서 나타날 때, 그런 스스로를 인정하면 된다.

#이와중에스무살 #최지연 #창비교육 성장소설이라는 홍보 문구만 보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서사와 구성일 거라고 생각하고서 비교적 가볍게 읽을 참이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은호와 은호 엄마의 대사가 마치 우리 모녀의 대화와 너무나도 비슷하여😂 더 이입했던 것도 같다. 오래오래 내 책장 한구석에 자리를 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은 오랜만이었다. 이런 책은 정말 우연히 만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그 어떤 유명한 베스트셀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내 맘에 지독히도 뿌리내리는 책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 은호의 인생 중 한 부분을 얕게나마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최지연 작가님은 처음 뵙는데, 단편 소설 <착장>으로 제20회 평사리 문학대상, <라온빌라 301호>로 제27회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인재더라. 그리고 위 책으로 2022년 제1회 성장소설상을 수상했다. 좋은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다른 작품도 찾아볼 예정이다. 20살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나도 은호와 별다를 게 없었던 것 같다.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없고, 늘어만 가는 건 과제 스트레스와 미래에 관한 압박 그리고 바깥세상의 공기에 취한 나머지 소원해진 가족관계와 참 서툴고 부족했던 연애 경험뿐이었다. 나는 항상 나를 고민했고 힘들어했었다. 20살은 당연히 '성인'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나이 대이기 때문에 주변에 속시원히 어리광 부리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시절을 지나온 모든 사람들이 그랬을 거다. p.44 그때의 엄마가 지금의 나처럼 이십 대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르고 허약한 내 청춘에 비하면 엄마의 청춘은 돌처럼 단단했다. 지금 나는 이렇게 무력하고 무능한데 엄마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러고 살았을까. 그러니까 이런 감상에 빠져드는 것이다. 우리 엄마, 참 대단하고 안쓰럽다는 감상. 엄마는 정말이지 내 마음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내가 이미 지나온 길이자 결코 낯설다고 할 수 없는 경험이었기에 은호의 마음속에 더 깊이 파고들어갈 수 있었다. 은호에게는 모든 것이 무겁게 다가왔을 테다. 사랑하고 애틋하기에 더 가까워지기 힘들었던 엄마와의 깊어지는 골에서 은호는 너무나도 많이 헤매고 말았다. 이미 한참 어릴 때 알아버린 '버려진다'라는 감정을 더 이상 맛보기 싫었던 은호는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키워 해소하곤 했다. 쉽사리 깨어져 버리고 마는 인스턴트식 자존감이었지만 말이다. p.206 "저는 저를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사람은 누구나 특별해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열등감과 공허함을 보상하기 위해 일어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죠." "무료인가요?"라고 물어보며 들어간 상담실에서 은호는 드디어 속내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선생님에게,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솔직해진 은호는 천천히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자각하지 못했으나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들을 도미노처럼 조심스레 쌓아 가며 비로소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은호. 은호는 드디어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바라보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p.250 나는 부신 눈을 감으며 엄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감은 눈 아래로 빛의 잔상들이 반짝반짝 아른거렸다. 좋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엄마는 말없이 내 무릎을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 순간 나는 누구의 딸이 아니었고, 엄마도 누구의 엄마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자유롭게 함께 있었다. 어른이란 건 생각보다 완벽할 수 없다. 나이만 먹었지 마음은 애다, 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이 와중에 스무 살>은 그 느낌을 신선하고도 부드럽게 전해주는 책이었다. 덕분에 푸른 봄-청춘의 성장통을 되새겼다.
가장 푸르르고 어리숙하며 막막하지만 도전적인 스무 살, 작디작은 세상에서 갑작스레 커다란 사회로 나와버린 은호의 앞날을 마냥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깟 이십대가 뭐라고, 어른이 뭐라고. 애처럼 펑펑 울지도 못하고 쓰린 감정은 그저 속에서 꾹꾹 삭히며 힘들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청춘을 위로하고 싶다. 나 역시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니 만큼 내일은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쉴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그동안 많이 괴로웠으니~.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곰출판 생명이란 무엇이고 더 나아가서 우리는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격적인 제목의 책장을 덮으면 당신의 눈은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인간이 생물계의 지배층으로서 행하는 모든 가치적 혹은 몰가치적 행위는 지나치게 '인간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가. 생명체의 연결고리를 위해 평생을 소비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통해 저자 및 독자는 어떠한 구체적인 하나의 명제를 깨닫게 된다. p.95 이 세계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과학 에세이로 분류되고 있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어류학자를 존경하고 그의 일생에 깊이 심취한 룰루 밀러는 그의 행적을 하나부터 열까지 조사해 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에세이를 가장한 위인전인가 싶을 정도로 과학자 데이비드의 끈기와 위대함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행적을 살피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를 말하고자 하는 책인가 하였다. 그런 생각은 책의 결말을 향해 다가갈수록 물밀듯이 다가오는 경악스러움과 함께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생물의 진화와 퇴화에 혼란스러운 지식만이 가득했던 19세기 시대, 생물학계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그의 업적에 몰입한 나머지 인간을 우생학의 범주 내에서 취급하기에 이른다. 제일 우수한 유전자의 생명체만 남긴다는 사고방식은 지나치게 부자연스럽다. 심지어 '우수한 유전자'라는 걸 한낱 인간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이 모든 자연을 뛰어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잘못된 가치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적에 털끝만큼도 도달할 수 없는 어리석은 학문이다. 허점이 가득한 우생학을 신봉한 데이비드의 과학자로서의 권력은 그의 전 인생의 평가를 한순간에 뒤집어엎을 만큼 그저 경솔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물고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처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수많은 업적 역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룰루 밀러는 자연은 결코 인간이 분류하고 범주해둘 수 없다는 걸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증명했다. 위인으로서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아닌 그의 다소 비겁하면서도 파괴적인 모습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인간은…… 상당히 다면적이고 모순의 극치인 존재 같다. 지극히 인간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할 것, 이 책에서 깊이 느낀 바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확신은 결코 정확하지 않다. 어쩌면 무의미한 특권에 지배당한 존재의 지나친 오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항상 다른 모든 존재를 위해 배려하고 나의 무지함을 경계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p.227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에세이보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깨달음을 주는 에세이를 좋아하므로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용적 난이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긴 한데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반열에서 벗어나지 않는 책이니 만큼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나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볼 수 없어서 몇 번 더 읽어 볼 생각이다.

#타인의마음 #김경일 #사피엔스스튜디

#타인의마음 #김경일 #사피엔스스튜디오 #샘터출판사 거두절미하고 이 책 상당히 좋다. 재밌고 유익하다. 이 이상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대학원에서 미술치료학에 대해 배울 때 심리학 강의를 들었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심리학책에 지나치게 이입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의 심리는 너무나도 깊고도 복잡하여 아무리 공부해도 끝이 없을 터인데 단순히 몇 권 스윽 본 심리학 도서에 의존하여 상대를 마음대로 판단하고 단정 짓는 행태가 팽배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실로 납득되는 말이라서 괜히 나도 심리학 관련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는 여담이다(“내가 심리학 관심 많아서 책 몇 번 봤는데~ 이런 사람은 이러이러해서 그런 거야.“라고 못박는 거 진짜 싫어함) 아무튼 내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마음>은 훌륭한 도서라고 여겨졌다. 저자 김경일은 심리학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직접 겪은 수많은 사람들을 표본으로 인간 행동에 대해 고민을 지속했다고 한다. 이 책으로 인간관계에서의 문제 파악 및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그칠 뿐만 아니라 단 하나라도 해결책을 발견해 내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냥 '이러이러한 유형의 심리가 존재한다'라고 분석만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내면을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 준데다가 '나'라는 사람을 재점검하는 기회도 되어 참 좋았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너와 나, 모두의 생존력을 높이는 일 p.33 나는 지금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주로 하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한번 돌아보기 바랍니다. 요즘 화두 되고 있는 가스라이팅부터 나르시시스트, 프로 지각러와 MBTI 포함 기타 등등 정말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이상 만나왔던 유형들이 가득 뛰쳐나온다. 복기해 보면 내가 과연 그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나 싶은데,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닌 건 아니라고 여기는 단칼 같고 융통성 없는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어서 그랬던 점이 크다. 만약 내가 한순간이라도 불합리한 언행을 저지르는 타인의 내재된 기저 심리를 보듬어보고자 시도했다면 '딱 이 점만 아니면 정말 좋은 친구인데'라고 생각했던 인연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음, 아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괘씸한 사람들은 영원히 괘씸할 것 같긴 하다🤣 그냥 그 사람 입장에서 공감만 좀 해볼 뿐? 그렇다고 해서 남들은 다 못났고 나는 언제 어디서나 떳떳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끄럽지만 나에게 내재된 안 좋은 성향을 이 책에서 똑똑히 발견해 내기도 했고, 내가 왜 그런 언행을 해왔는지 나의 온 과거와 마음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나 어찌 됐든 내가 가해자였던 모든 관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유의, 객관적으로 아주 잘 쓰였으며 남 탓만 해대는 불건강한 서술은 전혀 없는 유익한 도서는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고 소장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부록의 Q&A가 킬포였다. 내가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서 사람 생각하는 거 다 똑같구나 하고 키득거렸는데, 부록이라고 그냥 휘리릭 넘어가지 말고 이 부분도 꼭 자세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p.303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것도 바로 이러한 개인차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정말 다릅니다. (중략) 다르기 때문에 인간입니다. 그러니 타인의 심리를 읽는 이 시간을, 내 입장이 아닌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상대의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마음>은 심리학 도서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모델로 다양한 상황과 해결법을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게 시사하고 있는데, 나는 읽으면서 정말 많은 공감을 했다. 아마 몇 번이고 더 이입하여 읽어볼 것 같다. 물론 앞서 말했듯 인간 심리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이 책에 나온 사례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100%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숙지하고서 읽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타인의 마음>은 요나's pick 초강추 심리학 책인 걸로!

#이상한집 #우케쓰 #리드비출판사 괴담을 좋아한다. 심심하면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보곤 하는데, 특히 음습하고 음침한 일본 괴담류를 좋아한다. 일본어를 좀 할 줄 알아서 2ch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보기도 하고 괴담을 전문적으로 번역하시는 유저분들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번역본을 읽기도 한다. 작년인가 재작년 즈음, '일본의 이상한 집'이라는 제목의 무서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오늘 읽은 <이상한 집>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의 원작자이자 유튜버인 '우케쓰'의 소설이다. 괴담 마니아인 나로서는 꼭 읽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소설이나 마찬가지. 미스테리함을 파헤치는 소설 특성상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의 몰입도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내 소감에 관해서만 쓸 예정이다. 우케쓰는 65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오컬트 크리에이터 유튜버다. 개인 정보에 관련된 것은 그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웬만큼 유명하면 금세 신상이 털리고 마는 요즘 시대에 이마저도 오컬트스러운 사람이다. '부동산 미스터리 일본의 이상한 집'은 무려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영상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30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한다(두근두근 기대 만발). 주인공은 오컬트 전문 필자로 활동 중이다. 어느 날, 지인에게서 집 구매에 관해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연락이 와 한 평면도를 받게 된다. 언뜻 보면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집안의 평면도지만 주방과 거실 사이, 문 한 짝 달려있지 않은 수상쩍은 공간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도대체 이 공간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건축 설계사 구리하라 씨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화자. 그러나 그 상상은 곧 추악한 현실이 되어 화자와 독자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든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빈 공간이 있는 미심쩍은 집, 그리고 그 집 주변에서 발견된 시신. 결국 지인은 집 구매를 포기하지만 화자의 호기심은 멈추는 법을 모르는 폭주기관차처럼 집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한껏 속력을 낸다. 각종 SNS에 떠돌아다니던 일화는 석연찮은 구석을 남긴 채 찝찝하게 끝나는데 비해 소설에서는 좀 더 확장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일가의 안타깝고도 괴기스러운 스토리는 다분히 일본스러워 이국적이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양 괴담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릴 만한 축축하면서도 음습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이렇게 악습에 시달리는 일가가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아 소설 속의 현재에서 끊기 어려운 굴레를 힘겹게 이어가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했다. 우케쓰의 기발한 상상력은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수록 빛을 발하며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다만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기보다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학작품이라기보다는 어떤 인터뷰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로 쓰인 묘사는 적은 편이지만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평면도의 미스테리함과 의심암귀적 대사들, 그리고 억지 아닌가 싶으면서도 금세 납득이 되어버리고 마는 등장인물들의 긴박한 추리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상력이 하나의 결말로 합쳐질 때의 카타르시스는 가히 놀랄 노 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루한 주말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던 이상한 집! 실제 원본 영상을 구태여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였다. 일본의 '저주'와 관련된 이야기이므로 동양 오컬트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만한 책이다. 여러 괴담을 봤지만 집의 평면도에서 시작하는 괴담은 '이상한 집' 썰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고 새로웠던 괴담. 아무래도 초반에는 등장인물의 상상력을 위주로 진행되므로 중간중간 '이건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그런 점 또한 괴담에서 일종의 재미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마무리가 지어질수록 그 '허무맹랑한 상상력'에 납득할 만한 오컬트적 서사가 붙어주어 충분히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일본류 괴담,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소설 <이상한 집>,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헤나아티스트 #알카조시 #청미래 자기만의 인생을 위해 고군분투한 인도 여성에 대한 소설, <헤나 아티스트>. 주인공 락슈미 샤스트리의 일생이 속도감 있게 그려지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인도에 관한 소설은 처음 접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새로웠다. 중간중간 등장인물의 대사로 인도어가 나오는데 그게 또 어감이 독특해서 더없이 색달랐다. 이 책을 쓴 알카 조시는 인도 라자스탄 주에서 태어났다. 9살이 됐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왔고, 스탠퍼드 대학교 및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대학원을 졸업했다. 카피라이터, 마케팅 컨설턴트, 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조적인 직업으로 삶을 꾸렸고 <헤나 아티스트>는 그녀의 데뷔작이다. 배경은 1950년대 해방된 인도. "독립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독립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라는 첫 문장처럼 인도는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과도기적 흐름을 지니고 있었다. 락슈미는 16세 때 부모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지만, 매달 생리를 할 때마다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한다. 자신만의 삶을 일구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몰래 집을 나와 자이푸르로 떠나게 되고 능력 있는 헤나 아티스트로서 인생을 꾸리게 된다. 락슈미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상위 계급인 브라만에 속했지만 여인들의 발을 만지고 헤나를 그려주는 사람이 된 이상 암암리에 '타락한 브라만' 취급을 받는다. 한없이 계급적인 사회에서 락슈미는 오로지 자신의 안락한 집을 완성할 돈을 모으기 위해 헤나 서비스를 받는 부인들의 비위를 맞추고 온갖 굴욕을 참아낸다. 그리고 어느 날, 영원히 마주치고 싶지 않던 전 남편이 락슈미의 여동생 '라다'를 데려왔다며 만남을 청하는데, 여태 꾸려왔던 모든 것이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 라다로 인해 불안한 모양새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p.59 나는 늘 내 손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내 지혜가 성취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부모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보다도 더 많이.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의료 기술과 뛰어난 헤나 디자인으로 서서히 인정의 길에 들어선 락슈미. 그리고 그녀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라다와 락슈미의 일을 돕는 보조 소년 말릭의 이야기는 서서히 다채로운 색깔이 입힌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은 시대에서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만의 힘과 능력을 키워가는 락슈미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락슈미도 지극히 완벽한 여성은 아니었다. 남성의 완벽한 불륜 혹은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을 위한 모종의 약을 판매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도덕적 잣대는 어느 정도 포기한다거나, 10년 이상 된 고객의 남편에게 호감을 느껴 유혹하는 등 한없이 불안정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실적인 부분 때문에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라다 역시 자기주장이 강하고 본인의 것은 본인이 선택해야만 하는 강인한 소녀라 매력적이었지만 그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참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 라다의 서사는 '철 좀 들어!'라는 느낌으로 읽었지만 어찌 보면 과도기적 시대에 오롯이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라다와 같은 처지에 놓였던 다른 여자아이는 결국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안 좋은 선택을 해서 안타까웠다. p.429 내가 삶을 시작한 아주 작은 마을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여기 이곳에서, 나는 마침내 집을 찾았다. 인도를 그려낸 문장이 참 감각적이고 매력이 넘쳤다. 헤나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표현해낼 때 다채로운 색감의 단어가 사용돼 글맛도 좋았고, 여태 잘 알지 못했던 옛 인도의 시대상과 그 화려한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락슈미의 지치지 않는 담대함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그녀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어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서사였다고 생각한다. 표지도 참 예쁘고 볼수록 매력적인 소설! 과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만하다.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이병률 #달출판사 사랑이란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인 이병률의 신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가 발간됐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로 접했던 시인의 감성이 이번에도 잘 녹아났는지 기대되어 책을 집었다. 세계 여행을 하며 직접 찍은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그의 피사체들은 유독 따뜻하고 편안해 보였다. 여담이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여행도 다니고 책도 쓰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병률 시인이 새삼스레 부러웠다. 이병률 작가는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되며 등단했으며 시집과 여행산문집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과 발견문학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p.12 사랑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 덩어리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각자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래서 슬프고 충분히 쓸쓸하다. 책을 좀 읽는다는 분께는 아주 유명한 작가 이병률. 그의 시와 산문 그리고 사진을 엮어놓은 책은 가히 연인끼리의 선물로도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현대인의 마음속 깊숙이 매몰된 감정을 끌어내고 심금을 울린다고나 할까? 냉정한 시대에 한없이 따뜻한 이야기를 읊는 시인의 글귀는 잠시 속세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든다. 직접 찍었다는 사진 역시 그 감성을 배가시켜 준다. 이번 책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단상은 소담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내게는 어쩌면 별다를 것 없이 다가오는 평범한 일상이 감성 충만한 작가의 시선에는 유독 세밀하고 의미 깊은 그 어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사실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가 부끄럽기도 하고 왜인지 당당하게 표현하기도 어려워 숨기는 데 급급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병률 시인은 달랐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하는데, 그게 또 부럽고 참 인간적이라고 느껴진다. 이 산문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감정 중 하나인 사랑,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고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소박하고 사소한 일상 가운데 느낄 수 있는 안온함 한 줄기가 사랑 그 자체인 것을 왜 여태 몰랐을까? 하다못해 내가 시원한 바람을 소중히 여기고 짹짹거리며 돌아다니는 참새를 귀여워하며 바라보는 것도 어쩌면 사랑의 한 종류인 것을. 특히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더 친숙하고 익숙한, 아주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p.155 사랑의 힘은 무엇도 될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창문 유리에 내려안은 빗물, 초록을 뒤집어쓰기 시작한 앙상한 나뭇가지, 삶의 에너지로 내려앉는 햇살…… 이 평범한 것들도 사랑으로 인해 짙은 감흥으로 다가올 뿐만 아니라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환각도 가능하게 해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감성을 풍부한 문장과 따스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엮어낸 이병률 작가의 신작! 개개인의 역사에서 꼭 한 획을 긋고야 만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공감되는 문장이 아주 많을 것이며, 오랜만에 지난 추억과 사람들이 생각나 잠시 우수에 젖기도 할 것이다. 가족, 연인, 친구 혹은 고마운 지인 등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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