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 감상기. 나만 아는 혼영. 그리고 혹여 이 글을 보게 될 분들이 알게 될 나의 혼영… 혼자 영화관에서 영화 본 거 인생에서 처음이다. ‘퍼펙트 데이즈’라는 작품이었다.
롱테이크 씬이 상당히 수많고도 오묘한 감정을 전해 줘서 좋았다. 히라야마에게는 분명 집안과 관련된 사정이 있을 것이고, 아마 작품 속에 등장한 소설 <야생 종려나무>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과거일 것도 같다.
히라야마는 재력가의 장남이었을 것이고, 모종의 과거로 집에서 나와 도쿄 공공장소의 화장실 청소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규칙적일 수가 있나 싶다. 쉬는 날까지도 루틴이 있는 그의 생활은 다분히 계획적이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인생인 이상 이렇게 지켜낸 규칙적인 삶이 영원할 리 없을 터이다. 사람이든 사건이든 예측하지 못하고 터져버린 불시의 사건은, 히라야마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 변칙들로 인해 파생된 고독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계속 강조되는 아날로그 요소는 아마도 히라야마라는 캐릭터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시대의 저편으로 흘러 간 아날로그. 타인과 기본적인 소통은 하지만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하는 그의 삶이, 어쩐지 현대 사회에서 외면받으며 구석에 처박힌 옛 물건들 같아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더욱 힐링 영화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냥 이 영화가 너무 슬펐고 불안했다. 마치 단단한 마음으로, 그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할 것처럼 생활하는 듯 보이지만 온갖 변수에 의해 한 축이라도 삶이 틀어지면 그걸 담담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민하게 견뎌내야 하는 고독한 히라야마가 안타까웠다.
여담이지만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끝난다고?” 그렇지만 이 영화는 이렇게 끝나기에 완벽하지 않은가. <퍼펙트 데이즈>는 그야말로 너저분한 설명 없이 충분히 많은 감정을 전달했다고 본다.
그리고 하필 이런 전개는 내 내면 속 어떤 걸 예민하게 건드리는지라, 나는 무척 충격적이었고…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한다. 첫 혼영이라는 것에서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고.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본 영화라 귀가할 땐 조금 힘들었다. 2시간 정도 되는 플레이타임에, 소규모 관이었는데 어쩐지 나 혼자만 팝콘을 먹어서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조용히 잘 감상하고 왔다. 인터넷 기사 뜬 걸 보니 흥행은 하고 있다는데 관도 작고 온 사람도 적어서… 예술영화급 규모인가 싶었는데 나름 잘 나가고 있는가 보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감성에는 잘 맞지 않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무척 여운이 깊게 남을 듯한 작품으로 개인 순위에 올려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