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겸, 12월 15일 니콜라이 루간스키 라흐마니노프 전곡 연주회에 다녀왔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좋아하는 연주 듣기.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루간스키도 라흐마니노프도 KBS 교향악단도 앞으로도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하기로 작정했다 ^_ㅠ
니콜라이 루간스키, KBS 교향악단,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 협연
이 최강의 세 조합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세상 소식에 까마득한 나는 우리의 루간스키 님이 올해 내한을 하는지도 몰랐다. 정말 우연히 9월 즈음에 공연 소식을 발견했고, 마침 R석 앞자리가 하나 비어있길래 예매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신의 도움이 있었던 듯하다. R석이라니.
시야는 이랬다. 루간스키와 지휘자의 표정은 볼 수 없지만, 연주하는 뒷모습과 손은 볼 수 있었기에 만족했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앞자리라는 게 무척 행복했다. 티켓팅이 늦었던 이상 모든 걸 만족하는 자리를 얻기엔 하늘에 별 따기라는 걸 받아들여서, 이 정도 시야의 좌석이란 것 자체가 감사했다.
연주는 환상적이었다. 루간스키 님이 입장하실 때부터 울 뻔했다.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는 거의 울었다. 불과 이틀 전에도 폭풍 같은 연주를 하셔서 손가락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제틱 했고, 팬서비스가 넘쳤다. 앙코르 연주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 모든 오감을 자극하는 놀라운 감성.
사람이 너무 천재적이면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근데 저 표정 좀 봐. 진짜 인간적이야. 너무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몇 번이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미소지어줬다. 며칠 동안 타국에서 연주하랴 컨디션 조절하랴 진짜 힘들었을텐데.
워낙 매너가 좋은 피아니스트이시다 보니 사람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이치. 내년에도 내한 공연을 온다고 한다. 놓칠 수 없다. VIP석 가고 싶다.
그냥, 진짜 행복했다. 영광스러웠다.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다. 내내 벅차올랐다. 그가 연주하는 동안 내 조그만 손짓 몸짓 하나하나가 방해로 여겨져서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최고의 경험. 최고의 추억. 최고의 라흐마니노프, 최고의 루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