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그러겠지. 그래도 그 서운함을 어떻게든 줄여 주려고, 그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와 주는 모습에 또 마음은 사르르 녹겠지. 마치 오늘처럼?
아무 날도 아닌데 꽃 한 송이를 준비해 오는 사람이 내 옆을 지키고 있다는 게 참 따뜻하다. 난 여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고 해왔지만, 사실은 실망하는 게 두려워서 미리 내가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인 듯하다 ^^…….
갑작스러운 만남에 계속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대했지만 그래도 계속 상냥하게 대해 주는 모습에 마음은 이미 풀린 지 오래였더라. 그래도 괜히 자존심 상한다고, 계속 못된 말 하고, 장난이라지만 상처 주려고 하고…… 여전히 미성숙한 내 모습에 순간순간 현타도 세게 느꼈다. 푸하하🤣
사실은 지하철 역 앞에서 조그만 꽃송이 들고 서 있는 걸 봤을 때부터 웃음이 나왔는데!
상대에게는 명상을 좀 해야겠다고 둘러댔지만, 어찌 됐건 디지털 디톡스 비스무리한 걸 하면서 내가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 세심하게 고찰해 봤다. 그러니까 난 나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비뚤어져 버리는 것 같다. 남들보다 나를 후순위로 두는 듯한 언행 같은 것들 말이다. 설령 다른 인간들이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지언정.
아무리 봐도 질투라거나 불안이라는 감정과는 관련이 적은데, 이걸 말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질투’로 치환해 버리는 게 여러모로 편하긴 하지. 깊게 따지고 들 필요도 없고.
설명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내 마음을 이해시킬 수 있을 텐뎁.
하지만 뭐 이런 식으로 맞춰져 가는 거겠지. 세상에 트러블 없는 관계가 어디 있겠어. 괜히 여기저기 화풀이 했던 내 모습만 반성하고, 다음부턴 안 그러면 되는 것이다.
다툼이 있고 싸움이 생겨도 옆에만 있으면, 언젠가는 오해가 풀리기 마련이고 그만큼 사이도 더 돈독해질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을 피하지 말란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무난하게 잘 풀렸단 얘기.
다음엔 내 감정을 조금 더 성숙하게 표현해 보자.
그 와중에 오늘 데이트도 완벽했다. 우연히 들어간 아구찜 맛집에, 커피빈에서 먹은 스팀 밀크는 내가 딱 좋아하는 고소함을 풍겼고 고구마 케이크도 달달하니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선릉에서 우리집까지 걸어 오는 길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챙겨 간 얇은 가디건도 밤의 서늘함에 충분히 도움이 되었지.
좋았어, 오늘도.